티스토리 뷰

한때 제가 꽤 열심히 했던 운동이 있습니다. 계단 오르기입니다.

저는 23층에 삽니다. 마음먹고 1층부터 집까지 계단으로 올라가면 대략 10분 정도 걸렸습니다. 처음 몇 층은 괜찮다가 점점 심장이 빨리 뛰고 숨도 가빠집니다. 위로 갈수록 허벅지에도 힘이 들어갑니다.

그럴 때의 숨참은 싫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오늘 운동 제대로 했네” 싶어 뿌듯했습니다. 심박수도 올라가고 다리 근육도 열심히 일하는 느낌이 확실했으니까요.

 

지금 직장은 4층인데 올라갈 때는 되도록 계단을 이용합니다. 재미있는 건 내려갈 때는 엘리베이터를 탄다는 겁니다. ㅎㅎ

아파트 뒷산도 일부러 걸었습니다. 평지를 걷는 것보다 오르막을 오를 때 훨씬 운동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한동안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등산도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23층 계단도, 매주 하던 뒷산 걷기도 잘 하지 않습니다. 돌이켜보니 운동을 시작한 적은 많은데 꾸준히 이어가는 게 제일 어렵습니다. 이건 저도 반성할 부분입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파트 고층까지 계단을 오르며 운동하는 모습
아파트 고층까지 계단을 오르며 운동하는 모습

계단을 올라 숨이 차는 건 당연한데,
어떤 숨참까지 운동이고 어떤 숨참부터 몸의 신호일까?

23층을 올라 숨찬 것과 4층에서 갑자기 숨찬 것은 조금 다르다

계단을 오르면 평지를 걸을 때보다 몸이 더 많은 일을 합니다. 큰 근육을 사용하고 심장 박동과 호흡도 빨라집니다.

질병관리청은 심장 박동이 조금 빨라지거나 호흡이 약간 가쁜 정도를 중강도 신체활동의 특징으로 설명합니다. 걷기나 등산 같은 활동은 심폐 건강을 위한 유산소 신체활동에 포함됩니다.

그러니 제가 23층까지 계단을 오르면서 심장이 뛰고 숨이 가빴던 것 자체를 이상 신호라고 볼 이유는 없습니다.

문제는 ‘숨이 찬다’는 사실 하나보다 이전의 나와 비교해서 어떻게 달라졌느냐입니다.

 

예전에는 4층 정도는 무리 없이 올라갔는데 어느 순간 2층만 올라가도 멈춰야 한다거나, 평지를 걷는데도 동년배보다 뒤처질 정도로 숨이 찬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질병관리청의 호흡곤란 자료에서도 힘든 운동에서만 숨이 차는 경우부터 평지를 걸어도 쉬어야 하는 경우, 심하면 옷을 입고 벗는 정도의 일상생활에서도 숨이 차는 경우까지 정도를 나누어 설명합니다.

그래서 ‘계단 몇 층에서 숨이 차면 병원에 가야 한다’는 식으로 숫자 하나를 정하는 것보다 내가 예전에 할 수 있었던 활동을 지금도 비슷하게 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훨씬 이해하기 쉽습니다.


저라면 이렇게 구별해볼 것 같습니다.

평소 하던 계단이나 오르막에서 숨이 조금 가빠졌지만 잠시 쉬면 괜찮아지고, 가슴 통증이나 심한 어지럼 같은 다른 증상이 없다면 우선 내 체력과 최근 활동량을 돌아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예전보다 훨씬 적게 움직였는데도 숨이 차기 시작했다면 “나이 들어서 그렇겠지”라고 넘기지는 않는 편이 좋습니다.

 

숨참은 단순히 폐가 약해서 생기는 증상만은 아닙니다. 질병관리청은 호흡곤란의 원인으로 천식이나 만성폐쇄폐질환 같은 호흡기 질환뿐 아니라 심부전 등의 심장질환, 빈혈, 비만 등 여러 원인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활동할 때 가슴이 조이거나 짓누르는 것처럼 불편하면서 숨이 차는 경우에는 심장 쪽 원인도 확인해야 합니다. 협심증은 운동처럼 심장이 더 많은 산소를 필요로 할 때 증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심하게 숨이 차거나, 가슴 통증·압박감이 함께 있거나, 쓰러질 것처럼 심하게 어지럽거나, 가만히 있어도 숨쉬기가 힘들다면 운동으로 버텨볼 문제가 아닙니다. 이런 경우에는 신속하게 의료진의 평가를 받아야 하고 심한 급성 증상은 응급상황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그래서 나는 다시 몇 층부터 올라볼까

이 글을 쓰다 보니 오히려 제가 찔립니다. ㅎㅎ

23층까지 올라가던 사람이 요즘은 하지 않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렇다고 내일부터 무조건 23층까지 올라가겠다고 정하는 것도 별로 좋은 방법 같지는 않습니다. 운동은 한 번 세게 하는 것보다 계속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걸 이미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질병관리청의 신체활동 지침도 처음부터 무리하기보다 자신의 현재 체력에 맞게 시작해 점차 활동량을 늘리도록 권합니다.

그러니 저에게 필요한 것은 ‘23층 성공’이라는 기록이 아니라 직장에서는 지금처럼 4층까지 계단을 이용하고, 여유가 있는 날에는 아파트 계단을 몇 층이라도 올라보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날씨가 좋으면 뒷산 오르막을 다시 걷는 것도 좋겠고요.

계단에서 숨이 찼다고 무조건 겁먹을 필요도 없고, 반대로 나이 탓이라고 무조건 넘길 일도 아닙니다.

제가 앞으로 기억하려는 기준은 간단합니다.

 

“숨이 차느냐”만 보지 말고
“예전의 나와 비교해 달라졌느냐”를 보자.

건강정보를 많이 아는 것보다 이런 기준 하나를 기억하는 것이 실제 생활에서는 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확인한 출처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노인 호흡곤란: 노인 호흡곤란 자료 보기 - 호흡곤란의 정도와 심장·폐·빈혈 등 다양한 원인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신체활동! 알려드리겠습니다!: 신체활동 자료 보기 - 신체활동 강도와 유산소 활동, 성인의 운동 방법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협심증: 협심증 자료 보기 - 활동할 때 나타날 수 있는 흉부 불편감과 호흡곤란 등 확인이 필요한 증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