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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원래 잠에 예민한 편입니다. 다음 날 처리해야 할 일이 있거나 누군가와 신경 쓰이는 일이 생기면 밤에 그 생각을 계속 이어가는 성격이라 잠을 설치곤 했습니다. 그런데 육십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니 이제는 특별히 걱정할 일이 없는 날에도 잠드는 것이 예전만큼 쉽지 않습니다.
여행을 가서 다른 사람과 한 방에서 자는 것도 부담스러울 정도로 잠에 대한 스트레스가 큰 편입니다. 어렵게 잠들어도 중간에 깨는 일이 잦고, 다시 잠들려고 애쓰다 보면 오히려 정신이 더 또렷해질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내가 예민해서 그런가’라는 생각만 하기보다 나이가 들면서 잠 자체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궁금해졌습니다.

나이가 들면 정말 잠이 얕아지는 걸까
나이가 들면서 수면 양상이 달라지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닙니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는 나이가 들수록 잠드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밤중에 자주 깨는 등의 수면 문제가 흔해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렇다고 중년 이후에는 잠을 적게 자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성인에게 필요한 수면 시간은 개인차가 있지만 대체로 7~9시간 정도로 안내됩니다.
저에게는 특히 ‘잠들기 어렵다’는 것과 ‘중간에 자주 깬다’는 문제가 함께 있습니다. 젊을 때는 걱정거리가 있을 때 잠을 설쳤다면, 지금은 별다른 이유가 없어도 잠이 쉽게 오지 않는 날이 있습니다. 나이와 함께 수면이 조금 얕아지고 수면 시간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설명을 읽고 나니, 예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잠을 기대하는 것부터 조금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수면 문제를 나이 탓으로 돌리는 것도 조심해야 합니다. 오후 늦은 카페인, 음주, 통증, 야간뇨, 스트레스와 불안, 우울감, 위식도 역류 등 잠을 끊는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심한 코골이나 수면 중 숨 멈춤이 있다면 수면무호흡증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고 나도 개운하지 않고 낮에 심하게 졸리거나 아침 두통이 반복되는 경우라면 단순히 ‘잠이 얕아졌다’고 넘기기 어렵습니다.
잘 자려고 해본 것들이 오히려 잠을 더 어렵게 만들기도 했다
잠을 잘 자고 싶어서 이것저것 해본 적이 많습니다. 캐모마일차도 마셔보고, 몸을 아주 피곤하게 만들면 푹 잘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자기 전에 운동을 강하게 해본 적도 있습니다. 잠이 계속 힘들 때는 병원 진료를 받고 수면을 돕는 약을 처방받기도 했고 멜라토닌을 이용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수면에 대해 찾아보면서 ‘몸을 지치게 만들면 무조건 잘 잔다’는 생각은 다시 보게 됐습니다. 운동 자체는 수면과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사람에 따라 늦은 시간에 강한 운동을 하면 몸이 각성되어 오히려 잠들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결국 운동을 하느냐 마느냐보다 나에게 맞는 시간과 강도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낮잠도 가능한 한 자지 않으려고 합니다. 밤잠이 더 어려워질까 걱정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밤에 제대로 못 자고 다음 날 피곤하면 몸에 잘 맞지도 않는 커피를 찾게 된다는 것입니다. 피곤해서 커피를 마시고, 늦게 마신 카페인 때문에 다시 잠이 어려워지는 식으로 생활이 꼬일 수도 있습니다. 잠 하나만 고치려고 해도 결국 낮의 생활까지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을 체감하게 됩니다.
대한수면학회는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습관, 늦은 시간 카페인과 과도한 음주를 피하는 것, 긴 낮잠을 줄이는 것 같은 기본적인 수면위생을 권합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실제로 해보면 이런 기본을 꾸준히 지키는 일이 보충제 하나를 먹는 것보다 오히려 어렵습니다.
잠을 억지로 재우려 하기보다 내 수면을 먼저 살펴보게 됐다
잠이 오지 않는 밤에는 ‘내일 또 피곤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커집니다. 그 생각 자체가 다시 잠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잠을 완벽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보다 무엇이 내 잠을 흔드는지를 찾아보는 쪽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잠든 시간과 깬 시간, 오후에 커피를 마셨는지, 낮잠을 잤는지, 운동을 몇 시에 했는지 정도만 며칠 적어봐도 평소에는 몰랐던 패턴이 보일 수 있습니다. 나는 잠이 원래 안 좋은 사람이라고 단정하는 것보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반복되고 있는지를 보는 편이 낫습니다.
약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 잠 때문에 힘들면 약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이 먹는 약을 따라 먹거나 임의로 용량을 조절할 문제는 아닙니다. 수면을 돕는 약이나 멜라토닌 역시 현재 앓고 있는 질환이나 함께 복용하는 약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복적인 불면이 있다면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특히 잠을 잘 못 자는 상태가 몇 주 이상 이어지면서 낮 생활까지 힘들어지거나, 심한 코골이와 숨 멈춤, 심한 낮 졸림이 있거나 우울감과 불안이 함께 심해진다면 원인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에게 잠은 여전히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여행을 갈 때도 먼저 잠 걱정부터 하고, 다음 날 중요한 일이 있으면 잠을 설칠까 봐 또 걱정합니다. 그렇다고 ‘나는 원래 잠을 못 자는 사람이야’라고만 생각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나이가 들며 달라진 몸의 리듬을 이해하고, 내가 바꿀 수 있는 습관부터 하나씩 찾아보는 것. 지금은 그것이 잠을 대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출처
National Institute on Aging, Sleep and Older Adults: Sleep and Older Adults - 나이에 따른 수면 변화와 성인의 수면 필요량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수면무호흡증: 수면무호흡증 정보 보기 - 수면무호흡증의 증상과 수면 중 호흡장애 관련 내용
대한수면학회, 수면 위생법: 수면 위생법 보기 - 규칙적인 수면시간, 카페인, 음주, 낮잠 등 기본적인 수면습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