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한동안 만보 걷기가 유행처럼 번졌습니다.
휴대폰을 열면 오늘 몇 보 걸었는지가 나오고, 저녁이면 부족한 걸음 수를 채우려고 일부러 걷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1만 보까지 걸을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7천 보면 충분하다는 말도 들립니다. 반대로 걷기만 해서는 운동 효과가 별로 없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건강정보는 정말 많습니다. 문제는 정보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그중 무엇을 믿고 내 생활에 적용해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저도 한동안은 꽤 열심히 걸었습니다. 요즘은 솔직히 게을러져 예전만큼 걷지 못합니다. 그런데 건강검진에서 혈당을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들은 뒤부터 다른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몇 보를 채워야 하느냐보다
밥을 먹고 조금 걷는 것이 혈당에는 정말 도움이 될까?”
이번에는 만보 걷기의 효과를 따져보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 이야기는 따로 해볼 생각입니다. 지금 궁금한 것은 딱 하나, 식사 후의 짧은 움직임입니다.

점심을 먹고 바로 앉지 않는 습관, 의미가 있을까
직장에서 점심을 먹고 나면 저는 일부러 조금 움직이려고 합니다. 식사를 마치자마자 자리에 돌아와 계속 앉아 있지는 않으려는 편입니다.
그동안에는 막연히 소화에도 도움이 되겠거니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혈당을 알아보다 보니 식후 움직임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었습니다.
식사를 하면 음식에 들어 있던 탄수화물이 소화·흡수되면서 혈당이 올라갑니다. 이때 움직이는 근육은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합니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은 규칙적인 운동이 특히 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조절에 도움이 되며, 활동량이 적은 사람은 오래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합니다.
그렇다면 식후 몇 분에 걸어야 할까요?
여기서 저는 오히려 숫자에 너무 매달리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대한당뇨병학회 자료에서도 식후 운동이 혈당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식후 30분이 반드시 정답인지, 1시간이 정답인지는 정해져 있지 않다고 설명합니다. 운동하는 시간 자체보다 규칙적으로 지속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식후 정확히 몇 분 뒤에 출발해야 한다’는 규칙보다 식사를 마치고 계속 앉아 있는 시간을 한번 끊어주는 것부터 기억하려고 합니다.
점심이나 저녁을 먹은 뒤 바로 의자나 소파에 오래 앉지 않고 10~15분 정도 가볍게 걸어본다.
밖으로 나가기 어렵다면 실내를 걷거나 가벼운 집안일처럼 몸을 움직이는 것부터 시작한다.
10~15분은 모든 사람에게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의학적 공식이라기보다 제가 생활 속에서 시작하기에 부담이 적은 시간입니다. 중요한 것은 ‘오늘 만 보를 못 걸었으니 운동은 실패’라고 생각하는 대신, 식후에 짧게라도 움직이는 습관을 만드는 것입니다.
걷기 전에 식탁도 한번 보게 됐다
혈당 이야기를 하면 운동만 생각하기 쉽지만, 식후 혈당은 당연히 무엇을 먹었는지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혈당을 낮춰준다는 특별한 음식 하나를 찾아다닐 필요는 없습니다.
대한당뇨병학회는 식후 혈당이 식사에 포함된 탄수화물의 양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합니다. 동시에 같은 양의 탄수화물이라도 식품의 종류와 식이섬유, 조리 방법, 함께 먹는 음식에 따라 혈당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그래서 현실적인 식사는 생각보다 익숙한 모습입니다.
밥 + 나물이나 채소 + 생선·두부·달걀·살코기 같은 단백질 반찬.
흰밥 대신 소화에 무리가 없다면 잡곡밥을 선택할 수도 있고, 흰빵보다는 통밀빵처럼 덜 정제된 곡류를 고르는 방법도 있습니다. 채소와 해조류처럼 식이섬유가 있는 식품을 함께 먹고, 과일은 주스보다는 생과일 형태로 먹는 것이 혈당 관리에는 더 유리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나물 반찬도 이런 식탁에서는 꽤 좋은 자리를 차지합니다. 다만 나물만 먹는 것이 아니라 단백질 반찬과 적당한 양의 밥을 함께 먹는 것입니다.
대한당뇨병학회는 채소와 단백질 식품을 탄수화물보다 먼저 먹는 방법도 식후 혈당 상승 폭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거창한 당뇨식이 아니라 평소 한식에서도 적용해볼 수 있는 방법입니다.
밥부터 급하게 먹기보다 나물·채소와 생선·두부·달걀 같은 단백질 반찬을 함께 챙겨 먹는다.
가능하면 채소와 단백질 반찬을 먼저 먹고 밥을 천천히 먹어본다.
달콤한 음료나 주스로 식사를 마무리하는 습관도 줄여본다.
이 정도라면 저도 해볼 만합니다.
매일 만보를 채우겠다고 결심하면 며칠 뒤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탄수화물은 혈당을 올리니 밥을 먹지 않겠다고 하는 것도 제 생활에는 맞지 않습니다.
대신 점심을 먹고 10분이라도 걸어보는 것. 밥만 먼저 먹지 않고 나물과 단백질 반찬을 함께 먹는 것.
넘쳐나는 건강정보를 전부 실천할 수는 없습니다. 저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건강상식이 아니라, 근거를 확인하고 내 생활에서 오래 할 수 있는 것 한두 가지를 고르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요즘 걷기를 게을리하고 있으니 다시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이번에는 휴대폰에 찍힌 만보 숫자를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점심을 먹은 뒤 몸을 조금 움직이는 것부터 말입니다.
확인한 출처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당뇨환자의 운동요법: 당뇨환자의 운동요법 보기 - 운동과 혈당조절, 오래 앉아 있는 시간 줄이기와 운동 시 주의사항
대한당뇨병학회, 운동 관련 건강정보: 운동 관련 자료 보기 - 식전·식후 운동과 운동 시점, 규칙적인 운동의 중요성
대한당뇨병학회, 식생활 관련 건강정보: 식생활 관련 자료 보기 - 탄수화물과 식후 혈당, 채소·단백질을 포함한 균형 잡힌 식사와 식품 선택 방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