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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저는 두통이 자주 생겼습니다.

일에 몰두하면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라 머리가 아픈 날도 많았고, 그럴 때면 두통약을 찾곤 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혈압이 오른 건 아닐까?”

혈압계를 꺼내 재보면 어김없이 평소보다 높았습니다. 145~150 정도가 나오기도 했고, 특히 저는 아래 혈압이라고 부르는 이완기혈압이 100을 넘는 경우가 있어 더 신경이 쓰였습니다.

가족 중에도 고혈압이 있어 그냥 지나치기도 어려웠습니다.

결국 어느 순간에는 ‘이러다가 혈압이 너무 올라가는 것 아닐까’ 싶어 병원을 찾았습니다.

집에서 위팔 혈압계로 혈압을 측정하고 기록하는 모습
집에서 위팔 혈압계로 혈압을 측정하고 기록하는 모습

그런데 병원에 가면 혈압이 더 올라갔다

재미있는 것은 집보다 병원에서 혈압이 더 높게 나온다는 것이었습니다. 혈압 때문에 병원까지 갔으니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었겠지요. ㅎㅎ

알고 보니 이런 현상에는 이름도 있었습니다. 평소에는 혈압이 높지 않은데 진료실에서 높게 측정되는 경우를 백의고혈압이라고 합니다. 반대로 병원에서는 정상인데 일상에서는 높은 경우도 있는데 이를 가면고혈압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혈압은 병원에서 한 번 잰 숫자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집에서 일정한 조건으로 잰 혈압 기록이 진료실 혈압을 보완하는 이유입니다.

제가 두통이 있을 때 혈압이 높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제 두통의 원인이 고혈압이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고혈압은 대부분 특별한 증상이 없고, 두통이나 어지럼 같은 증상 역시 다른 원인으로 생길 수 있습니다. 통증이나 긴장 자체가 혈압에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머리가 아프다=혈압이 올랐다’고 연결하기보다 실제로 측정해서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혈압, 도대체 어느 숫자를 믿어야 할까

집에서 혈압을 재다 보면 더 혼란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높았는데 잠시 후 다시 재면 내려가고, 한 번 더 재면 또 달라집니다.

혈압은 원래 하루 종일 같은 숫자로 유지되는 값이 아닙니다. 움직임, 긴장, 통증, 카페인, 흡연, 수면 상태와 측정 자세 등 여러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 번의 숫자보다 같은 조건에서 반복해서 잰 기록과 흐름이 중요합니다.

집에서 잴 때는 먼저 의자에 등을 기대고 잠시 편안하게 앉아 있는 것이 좋습니다. 발은 바닥에 두고 다리를 꼬지 않으며, 팔은 심장 높이에 편하게 올려놓습니다.

커프는 옷 위가 아니라 맨팔에 감고 측정하는 동안에는 말하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손목형보다는 검증된 위팔 자동혈압계를 이용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아침과 저녁처럼 비슷한 시간대에 측정하고 기록해 두면 더욱 유용합니다. 병원에 갈 때 그 기록을 보여주면 진료실에서 한두 번 측정한 숫자보다 평소 혈압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혈압계를 사용할 때 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된 것

높은 숫자 한 번에 겁먹기보다 제대로 재고, 기록하고, 반복해서 흐름을 보는 것입니다.

혈압약을 먹었는데 이번에는 어지럼증이 문제였다

저도 한때 혈압약을 복용했습니다. 그런데 약을 먹으면서 어지럼증이 심해지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약을 몇 번 바꿔보기도 했고 복용량을 최소한으로 조절해보기도 했습니다. 혈압은 낮춰야 하는데 어지럼증이 심하니 저에게는 이것 역시 쉽지 않은 문제였습니다.

혈압약은 종류가 여러 가지이고 사람의 상태와 동반질환에 따라 선택이 달라집니다. 약을 복용하면서 어지럼이나 다른 불편함이 생긴다면 스스로 용량을 조절하거나 중단하기보다 의료진에게 알려 약의 종류와 용량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저는 진료를 받으며 현재 상태를 살펴본 뒤 지금은 혈압약을 복용하지 않고 생활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대신 고지혈증 약은 처방대로 꾸준히 챙겨 먹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혈압계를 자주 꺼내 숫자를 확인했습니다. 지금은 그때만큼 자주 재지는 않고 운동을 꾸준히 하면서 생활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다만 몸이 평소와 다르다고 느껴질 때면 다시 혈압계를 꺼냅니다.

가족력이 있는 저에게 혈압은 앞으로도 신경 써야 할 숫자입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한 번 높게 나온 숫자에 겁부터 먹기보다는, 정확하게 재고 변화를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출처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고혈압: 고혈압 자료 보기 - 고혈압 기준, 백의고혈압과 가면고혈압, 가정혈압 측정, 생활습관 및 약물치료 원칙

대한고혈압학회, 2026년 제6판 고혈압 진료지침: 2026년 고혈압 진료지침 보기 - 최신 국내 고혈압 진료지침